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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협력 분야 인턴 블로그는 많은데 왜 그 이후 커리어를 다루는 블로그는 많지 않을까?이것 저것/개발협력 주니어 2022. 8. 27. 22:15
제목 그대로, 내가 항상 궁금하게 생각해왔던 것인데 한 번 다뤄보려고 한다.
첫 번째 이유로는.. 개발협력 인턴을 하고 탈업계를 하는 사람이 많다는 점을 들어볼 수 있겠다.
코이카 인턴제도에 대해 먼저 언급하자면, 나는 화석 YP 출신이지만, 내 동기 약 50명 중에 개발협력 분야에 남은 사람은 열 손가락 안에 꼽는다.
나는 코이카에서 YP를 했고, 어쨌든 코이카도 공공기관이기 때문에 단순히 개발협력을 하고 싶어서라기 보다는 청년인턴 제도를 활용해 뭔가 다른 공기업 취업에 가산점을 얻어보겠다는 의지를 가진 사람들도 있는 것 같다. (마치 코이카 공채에 개발협력 경험이 전혀 없는 사람이 합격하기도 하는 것처럼, 그 반대 경우라고 할 수 있으려나)
게다가 해외사무소 생활이기 때문에, 면접에서 어필하기에도 그럴듯하게 잘 먹히지 않을까 싶다.
다른 공기업 지원자들에 비해 '다양성', '적응' 이나 '영어 혹은 제2외국어 유창성' 을 언급하기에 해외사무소 인턴 경험은 좋은 요소라고 생각한다.
사업수행기관 YP 제도도 있는 것으로 아는데.. 이 제도는 내가 직접 겪어보지 않았기 때문에 뭐라 언급하기 힘들지만,
사업수행기관 YP는 이 업계에서 잘 알려진 기관에서 해도 그 열악함에 숨이 막혀 질려버릴 수도 있을 것 같다.
내가 그 사업수행기관들 중 하나에서 잠시 몸담아 일했기 때문에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실제로 내 주변에 사업수행기관 YP를 하고 정규직 제안을 받았지만 연장하지 않은 사람들이 여러 명 있었다.
취업 준비할 당시에는 대체 왜 그런 공짜 기회를 버리나 싶었는데,
막상 내가 사업수행기관에 취업해서 일을 하다 보니 그 사람들이 왜 그렇게 결정을 내렸는지 뼈저리게 느낄 수 있게 되었다.
개발협력 꿈나무로서 사업수행기관 YP를 했는데 정말정말 열악한 기관에서 첫 사회생활을 시작한다면 꿈을 펼쳐보기도 전에 바로 탈업계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정말 일하고 싶은 곳에서 일해도 매일매일 빡치는 일들이 생기는 걸 생각하면.. 더더욱 끄덕끄덕 하게 된다.
이 제도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지만, 혹시라도 사업수행기관 YP 제도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있다면 기관에 대해 잘 찾아보고.. (제발..) 지원했으면 좋겠다.
두 번째 이유로는, 이 업계가 생각보다 정말 좁다;; 이유는 모르겠다. 몇 년 전 어찌저찌 알게 된 사람들을 지금 일하면서 카운터파트로 만나기도 하고, 일하면서 카운터파트로 만났던 사람이랑 나중에 다른 곳에서 또 일을 같이 하는 경우도 있고 정말 다양한 루트로 만남이 이어진다.
이런 점에서 평판이 정말 중요하고, 그렇기 때문에 내 생각을 편하게 적는 블로그에서마저도 100% 솔직하게 일상을 공유하고 글을 쓴다는 것이 쉽지만은 않다.
그리고 블로그에 글을 쓰면 내 일상이 드러나는데, 또 나처럼 내 정체(?)가 드러나기 원하지 않는 사람도 있지 않을까.. 약간 모순적이기는 하지만, 내가 워낙 내향인이라 이 의견엔 모든 사람이 공감하긴 어려울 수도 있겠다. 어쨌든 나는 이런 이유로 YP할 때에도 블로그를 할까 말까 고민하다가 결국에는 하지 못했고, 지금 커리어에서도 마찬가지다.
왜냐하면, YP를 예시로 들면, 같은 기수 인턴 중에서 블로그를 하는 사람을 추리면 얼마 되지 않을텐데, 국가까지 특정하면 정말 1~2명밖에 남지 않을테니까.. 기수를 밝히지 않더라도 출입국 시기를 언급하는 순간 개인정보는 바로 특정된다.
그리고 해외에서 근무하는 경우, 한인사회가 좁고 인간관계가 제한되며 '이 사람이 어디서 무얼 하며 지내나' 궁금해하는 일부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솔직히 오픈하기가 쉽지만은 않다.
세 번째 이유로는, 업무량을 들 수 있겠다.
인턴 당시에도 일이 많다고 생각했지만 그것은 새발의 피였을 뿐이었고..
(인턴 제외) 주니어 커리어를 시작하면, 아주 좋지 않은 일이지만 일은 점점 더 많아지고 야근을 아주 밥먹듯이 하게 되는 것 같다.
이것도 하루 이틀이지.. 정말이지 바쁜 시기를 지나다 보면 짧게는 2주, 길게는 1~2개월도 야근을 하는 것 같다.
아, 물론 주말 포함이다.
따라서 쉴 수 있는 시간이 생긴다면 침대에 누워서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시간을 보내고, 이런 일들이 반복되면 블로그에 글을 작성할 절대적인 시간이 부족해진다 ㅋㅋ
인턴을 마치고 진로를 고민할 때 왜 인턴 이후 기록이 이어지는 곳이 많지 않나, 선배들은 어떻게 커리어를 이어나가고 있나 궁금하기도 했고, 좀 아쉽기도 했는데, 주니어로 일하고 있는 지금은 너무나 이해가 잘 간다..
그래도 이렇게 커리어를 보내는 것이 아쉽기도 해서, 최대한 기록을 남겨보려고 한다.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