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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되는 탈락의 고배와 새로운 도전 결심발자국/한국에서의 취업 준비 2019. 3. 31. 02:23
꽤 흔한 과에서 학부 전공을 했지만, 취업에 있어서는 전공을 살리지 않는 학우들 사이에서 전공을 살리고, 좁은 길을 걸어가겠다고 고집을 부렸다. 이젠 동기들이랑 그다지 연락하며 지내지는 않지만 내가 아는 한 내 동기 중에서 전공을 살리는 사람은 나와 내 친구뿐이다. 진부한 이야기지만 어릴 때부터 꿈꿔왔던 인생을 멋지게! 살아가겠다는 나이브하면서도 열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학부 수료 전까지는 원하는 대로, 필요한 시기마다 적절한 활동을 이어가며 계획대로 이루어지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수료 후 2년 간의 졸업 (강제) 유예 기간을 거치며 인턴 경력을 좀 쌓았고, 경력을 쌓은 기관 중 한 곳에 들어가야겠다 마음먹었다. 여러 이유가 있었으나 가장 큰 지원동기는, 이전부터 내가 계속 원해왔던 유목민스러운 라이프스타일을 가지면서도 떠돌이 생활을 마친 후에 한국 소재의 본부에 다시 돌아올 수 있는 안정성 때문이었다. 이젠 쓸모 없을지도 모르는 내 인생의 장기 플랜은, 안정성 최고인 그곳에서 경력을 좀 쌓아서 중년부터는 넓은 물에서 놀겠다 이거였다. 인턴 경험에서 비롯한 조직에 대한 애착 때문은 절대 아니다. 좋은 기억은 손에 꼽는다. 다시 말하지만 오직 안정성 하나 때문이었다.
3번 도전했다.
비록 첫 번째는 준비를 하나도 하지 못한 상태에서의 도전이었지만. 두 번째는 완전히 올인해서 시원하게 최종탈했다. 업계가 생각보다 좁기에, 여기저기서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었다. 채용 과정에서의 비합리했던 부분(채용 공고에서 특정군 채용비율을 명확히 하지 않은 것, 단계마다 어이없는 이유로 사람들을 추가합격시킨 것 등, 언급하자면 끝이 없다.)과 내가 직접 경험한 비합리한 사항을 돌아보며 굉장한 허무감이 들었다. 모든 생각이 '이 조직 생각보다 더 답이 없구나' 하나로 귀결되고, 1달을 폐인처럼 쉬었다.
쉼없이 달려온 1년 동안 내가 이룬 것은 아무 것도 없다는 생각에 스스로에 대한 실망감과 패배감에서 헤어나오기 힘들었다.
생각보다 다음 채용공고가 빨리 공지되었고, 이에 세 번째 도전은 조금 촉박하게 준비했다. 채용설명회에 나온 인담자는 지원자의 질문 맥락도 이해를 못했고 덕분에 제대로 답변한 질문이 한 개도 없었으며 심지어 지원자가 이미 알고 있는 자료에 대해서도 전혀 무지한 사람이었다. '그래도 뭐 채용과정에서 얼마나 큰 차이가 있겠어' 라고 생각하며 괜찮은 척 준비를 계속했다. 필기시험이 완전 어이없게 나오고(준비한 사람을 기만하는 느낌이었다.) 탈락할 수도 있겠다 생각했다. 다행히(사실 다행인 건지 모르겠다) 필기는 합격했으나 1차 면접에서 탈락.
허무감과 조바심보다는 이 조직이랑 나랑 인연이 아닌 게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그곳에 지원했던 가장 큰 이유였던 안정성과 내가 지향하는 리스크 가득한 떠돌이 생활이 상극이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먼 훗날 내 젊은 날을 회상할 때 그저 경력을 위한 하나의 디딤돌 정도였던 곳을 그때는 왜 들어가지 못해 안달복달했을까 생각할 것 같기도 하다. 그래서 다른 도전을 해볼까 한다. 내가 오래 전부터 막연히 생각해왔지만 두렵고, 막막하기만 한 해외 석사과정. 혹자는 도피성 유학준비라 생각할 수 있겠으나 그런 사람들의 생각은 내 알 바가 아니다. 그럼에도, 내가 쏟았던 시간과 공부했던 양이 있기 때문에 취준을 완전히 그만두기는 아깝고 어려울 것 같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새로운 시작인 3월, 나는 가장 암울한 시기를 보냈다. 그러나 이제 다시 일어나 새로운 국면으로, 새로운 도전으로 누구보다 와일드하게 살아가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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